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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등산은 장비빨? 고가 장비, 중고와 렌탈

by 인천 홍금보 2025. 4. 14.

1. 장비빨의 시작, ‘취미’를 움직이는 심리

2. 왜 우리는 고가 장비에 끌릴까?

3. 장비를 소비한다는 것, 브랜드로 나를 말하는 시대

4. 중고와 렌탈, 소비 흐름의 변화

5. ‘장비빨’이 만들어낸 산업의 지형도

1. 장비빨의 시작, ‘취미’를 움직이는 심리

“등산 좀 해?”라는 말에 “등산화부터 샀어”라는 대답,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거예요. 아직 산에 가기도 전인데 우리는 먼저 장비부터 챙깁니다. 기능성 자켓, 초경량 배낭, 고어텍스 등산화까지. 마치 ‘제대로 된 시작’을 위한 통과의례처럼 말이죠.

 

여기엔 단순한 준비 이상의 심리가 숨어 있어요. 고가 장비를 갖추면 스스로에게 "나는 이걸 진지하게 하고 있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어떤 연구에서는 고급 장비를 착용한 참가자들이 더 오래, 더 집중해서 활동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요.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불안을 줄이고 도전의지를 높이는 ‘심리적 지지대’가 되기도 합니다.

2. 왜 우리는 고가 장비에 끌릴까?

2023년 기준,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약 2.3조 원, 그중 38%가 등산 장비에 집중됐어요. 단지 산에 오르기 위한 장비일 뿐인데, 왜 사람들은 아낌없이 투자하는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입니다. 등산은 돌발 상황이 많은 야외 활동이고, 장비가 곧 생명줄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이면엔 다른 이유도 있어요. 바로 ‘자기 보상’이죠. “이 정도는 나를 위해 써도 돼”라는 정당화. 초보자일수록 더 좋은 장비를 찾는 건, 그걸 통해 용기를 얻기 때문이에요.

 

30만 원이 넘는 등산화를 사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닙니다. ‘나는 가볍게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고, ‘나를 위한 투자’인 거예요. 등산은 몸으로 하는 일이지만, 그 시작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하는지도 모르겠네요.

3. 장비를 소비한다는 것, 브랜드로 나를 말하는 시대

노스페이스가 교복이던 시절이 있었다면, 요즘엔 아크테릭스가 MZ세대의 상징처럼 떠올랐죠. 단지 튼튼해서가 아니라, 그 브랜드를 입는 순간 ‘내가 누구인지’가 설명되기 때문이에요. 기능성은 기본, 취향과 정체성을 담는 옷이 된 거죠.

 

SNS엔 “#등린이인데장비는프로급” 같은 해시태그가 넘쳐나고, 유튜브엔 장비 언박싱과 리뷰 영상이 인기예요. 2024년엔 아크테릭스의 국내 매출이 전년 대비 27% 상승했고, 인기 제품은 리셀가가 2배까지 뛰었어요. 이제 장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언어가 되었어요.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서사’를 함께 사는지도 몰라요. 나의 장비가 나를 설명해주는 시대니까요.

4. 중고와 렌탈, 소비 흐름의 변화

한 번 사면 꽤 오래 쓰는 장비. 그런데 이젠 그 흐름이 달라지고 있어요. 2024년 당근마켓에서 등산 장비 거래량은 전년 대비 41%나 증가했고, 인기 브랜드는 올라오자마자 팔려나가죠.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소비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렌탈 시장’이에요. ‘피크렌탈’, ‘렌탈마운틴’ 같은 스타트업이 입문자용 패키지부터 고급 장비까지 주 단위로 빌려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죠. ‘갖는 것’보다 ‘써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시대. 한두 번의 경험을 위해 꼭 사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장비 소비는 이제 ‘소유’보다 ‘경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요. 이 흐름은 앞으로도 더 강해질 거예요.

5. ‘장비빨’이 만들어낸 산업의 지형도

우리가 고른 장비 하나하나가 결국 산업 전반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브랜드들은 고급 라인을 확대하고, 중고 플랫폼은 더욱 정교해지며, 렌탈 서비스는 입소문을 타고 성장 중이에요. 심지어 리셀 시장까지 형성됐죠.

  • 프리미엄 브랜드의 한정판 라인 확대
  •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자 급증
  • 렌탈 구독형 모델의 상용화

예전엔 “등산은 그냥 걷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장비 선택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죠. 그건 단지 등산이 어려워져서가 아니라,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결국 ‘장비빨’이라는 건 단순히 장비가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장비를 통해 나를 드러내고, 나를 응원하고, 나의 취향을 보여주는 일. 그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아닐까요?